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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이전의 기록/@Culture

[영화 한 컷] 트루먼쇼에서 가장 슬픈 장면

2006년 5월 19일 수정


이 장면은 영화 [트루먼쇼]에서 가장 슬픈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 중 이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좀 서글프긴 하지만...
전 트루먼 쇼를 볼 때마다 이 장면에서 눈물을 글썽인답니다.

상황인 즉...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혹은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트루먼(짐 캐리 분),
자신이 한 번도 벗어나 본 적 없는 시헤이븐에서 도주를 감행합니다.
그러나 그 시도 역시 "원자력 누출"이라는 어이없이 조작된 상황에 의해
다시 시헤이븐으로 끌려오게 되지요.

지쳐 쓰러진 것이든, 나름대로의 안정을 찾은 것이든
잠에 빠져든 트루먼...

이 거대 사기극의 PD인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 분)는 이 탈출극을 만회하고자 특별 생방송을 편성합니다.
시청자로부터의 전화를 받은 크리스토프,
전화를 한 사람은 다름이 아닌,
트루먼이 진정으로 좋아했던 실비아.
그녀 역시 트루먼을 속이는 데 앞장섰던(?) 출연배우였지만
트루먼의 진실된 마음을 느낀 순간,
트루먼에게 진실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러나 그냥 놔둘 제작진이 아니지요.
실비아의 가짜 아버지를 등장시켜
강제로 피지로 이민을 보냅니다.(사실은 무대에서의 강제 퇴장이지요)

전화를 매개로 이어진 그들의 대화는 이러합니다.

여자 시청자 : 크리스토프, 한마디만 하죠. 당신을 거짓말쟁이에다 조종자예요. 그리고 당신이 트루먼에게 한 짓은 병적이예요

이 여자 시청자가 실비아임이 밝혀진다. 그녀는 전화를 하면서 이리저리 걸어다닌다.

크리스토프 : 자, 이 목소리를 우리는 기억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대담자 : 그럼... 다른 전화를 받아볼까요?
크리스토프 : 아니 아니 됐어요. 나는 옛 출연진과 추억을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실비아 당신이 전세계 사람에게 너무나 멜로드라마식으로 공포를 해버린 것처럼
                 당신이 한때 트루먼과 눈이 맞아서 노닥거렸다고 해서, 방송 시간 몇 분을 훔쳐
                 당신의 정치 이념을 선전했다고 해서 트루먼을 잘 안다고,
                 그에게 진정으로 뭐가 옳은 일인지 안다고 생각하나?
                 정말 그를 판단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나?
실비아 : 당신이 무슨 권리로 한 아이를 취해서 그의 삶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거예요?
           죄책감도 없나요?
크리스토프 : 나는 트루먼에게 정상적인 삶을 살 기회를 주었어. 세상을.
                 당신이 사는 세계는 병든 곳이야. 씨헤이븐이야말로 이상적인 세계야.
실비아 : 그는 연기자가 아니예요. 그는 죄수예요.
           보세요. 당신이 그에게 한 짓을 보세요.
크리스토프 : 원한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 단지 막연한 야심만이 아니라면,
                 정말 진리를 발견할 결심이 있다면 우리가 그를 막을 수는 없어.
                 당신을 열받게 하는 것은 당신이 "감옥"이라고 부르는 곳을
                 트루먼이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지.
실비아 : 당신은 그점이 바로 틀렸어오! 너무나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트루먼이 보여줄 거예요

화가난 그녀 전화를 던진다.

대담자 : 매우 과격한 소수의 격렬한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매우 긍정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크리스토프 : 네, 트루먼과 시청자들을 위해서요.

*이전의 번역 내용이 지나치게 의역인 것 같아, 스크린 영어사의 도서 [the TRUEMAN show] 스크린 플레이를 옮겨왔습니다.

위 장면은 실비아와 크리스토프의 대화를 포함한 특별 생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도, 스탭들도 잠든 상황입니다.

말없이 앉아 트루먼이 잠든 모습을 보던 크리스토프,
천천히 앞쪽 대형 스크린으로 다가가
스크린에 비친 트루먼의 콧잔등을 사랑스럽게 혹은 안타깝게 쓰다듬습니다.

그렇지요,

제작진도, 시청자도, 출연 배우도,
심지어는 트루먼의 진정한 사랑의 대상인 실비아마저도 가해자인 거대 사기극에서
가장 큰 악역은 역시 PD인 크리스토프인셈이죠.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조작한 파렴치한일 뿐인 줄 알았던 PD 크리스토프는
위 실비아-크리스토프의 전화 통화와
스크린 안에 잠든 트루먼의 콧잔등을 쓰다듬는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그 못된 짓 역시 트루먼을 사랑하는 방법이었음을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슬픕니다.

어긋난 사랑, 오해로 얼룩진 사랑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이 영화는 이 한 장면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 주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