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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이전의 기록/Creative

[시]닮아간다는 것 --반짝이는 것들 / 1996년 作

닮아간다는 것
--반짝이는 것들 / 1996년 作


모든 반짝이는 것들을
사랑하던 때가 있었어요.
비갠 뒤 생겨난 물 웅덩이,
보듬고 싶었지요, 장난스레
반짝이는 빛의 조잘거림을.
언제였던가 그들을 감싸 안으려
물에 들어갔어요.
아무 것도 건져내진 못했지만,
그제야 알았어요 소꿉친구의 눈에
더 맑게 반짝이는 빛이 있음을.
그때, 눈을 바로 보는 법을 배웠어요.

아빠 손 잡고 오르던
하늘 낮아보이는 언덕,
별들은 저마다 한 소절의
동화를 들려주며 반짝거렸지요.
품어보고 싶었어요 그들을,
그들의 노래를. 언제였던가
그들을 잡으려 아빠 어깨 위에서
하늘 향해 조막손 뻗어보았지요.
품지 못한 별은 하늘에
그대로 걸어둘 수밖에 없었지만
그제야 알았어요 아빠의 눈에
더 포근하게 감도는 빛이 있음을.

어둠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귀뚜라미 소리도 좋았어요.
까르르 부서지는 귀뚜라미 웃음소리는
반짝이는 별들과도, 물 위에
부서지는 햇빛과도 너무 잘 어울리거든요.
그때, 하늘을 바로 보는 법을 배웠어요.

기억해 보세요, 우리 처음 인사 나눈
그 날의 서툰 웃음을.
이제야 알았어요. 그대,
눈에 비친 나
의 눈에도 반짝이는
빛이 뿌리 내리고 있었음을.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돌아보지 않아도 길은
걸어온 만큼 물러서고,
서두르지 않아도 길은
내딛는 만큼 다가오는 것이니
서있는 자리에 익숙해지며
조금씩 닮아가는 지금
사람을 마주하는 법을 배워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