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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이전의 기록/Creative

[시]닮아간다는 것--완행열차 / 1996년 作

닮아간다는 것
--완행열차 / 1996년 作


문득 나의 말 속에서
나의 것이 아닌 말투를 발견하고
누구의 것이더라 생각하다가
석달 전 군에 간 친구를 떠올렸다.

늘 숫기 없는 얼굴 붉히던 그.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한 듯
연신 머리를 만지며 멋쩍은 웃음 흘리고
시큼한 깍두기 안주, 비어 가는 소주잔 속에는
서툴고 초라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넘쳐흘렀다.

낮음 음계의 떨리는 목소리로
힘없이 슬픈 노래를 웅얼거렸지만
결코 뒷모습만은 보여주지 않았던 그,
...를 만나러 가는 열차.
귀에 선 이름의 간이역을 뜨는
완행열차의 굼뜬 움직임처럼 그렇게
모르는 사이..., 조금씩...

그렇게 닮아가고 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