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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氏의 일상

다시, 꿈을 세우다

  어린 시절 수많은 꿈이 있었지만, 가장 구체적이었던 것은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청년 시절, 작가가 되기 위해 수없이 도전하고 좌절했다. 신춘문예, 문학상, 공모전 등, 그 어떤 것으로도 나는 작가가 되지 못했다. 그렇게 그 꿈은 생업과 일상에 밀려 나의 깊은 곳으로 묻혀버렸고, 나는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갔다. 어쩌다 한번씩 그 꿈은 다시 깨어나 나의 마음을 아리게 했지만, 나는 여전히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그건 그저 가볍게 지나가는 미열과도 같은 것이었다.

  얼마전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가의 일>이라는 책을 읽었다. 김연수 작가님은 이렇게 말한다.
  "먼저 소설가가 되어야만 소설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먼저 뭔가를 써야만 소설가가 될 수 있다."

  이 문장을 읽고 나는, 나의 꿈에 뭔가 큰 오류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었던가, ‘글을 써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었던가. 이 질문을 마주하고 나는 ‘작가’의 꿈을 완전히 버렸다. 하지만 이젠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자라나는 내 조카들과 이제 갓 두돌을 넘긴 내 아들 지후가 훗날 읽을 수 있는 글부터 써야겠다. 십수년 습작 한편 제대로 써내지 못해 낡을 대로 낡은 필력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