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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이전의 기록/@Life

다시 플래너를 열다

S#1. 프랭클린 플래너

올 2월이던가... 회의 중간 쉬는 시간에 홍보팀장님께서 옆자리 직원이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시며 농담삼아 한말씀,

홍보팀장님 : 저 플래너를 잘 쓰면 성공하는 게 아니라, 저 플래너를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성공할 수밖에 없어. 저거 잘 쓰려게 되기까지 보통 노력으론 안되거든.

일년 넘게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지 않았다. 홍보팀장님의 말씀처럼 처음 속지를 채운 얼마간은 열심히 쓰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바쁘다는 혹은 귀찮다는 핑계로 플래너 쓰기를 게을리 하게 된다. 다만, 이미 사 놓은 속지가 아깝기에 메모장 정도로는 활용을 한다. 작년 말 회사에서 지급받은 다이어리가 있기에 금년엔 속지를 사지 않았다.

사실 다이어리(혹은 플래너)의 형태가 어떠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아무 것도 없는 조그마한 노트 한권 가지고도 충실한 계획을 설계하고 실천하고 반성하는 사람도 많은데 말이다. 말 백마디보다 한번의 행동이 더 중요한 법이다.

S#2. 나 자신에게 준 십년의 시간

십년전 이맘때, 난 나 자신에게 십년의 시간을 주었다. 그 데드라인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것을 6월 말에 깨달았다. 또 한가지 깨달은 것은 데드라인이 눈앞에 닥쳐왔는데, 난 아무 준비도 해 두지 않았다는것.

S#3. 속지를 사러 가다

사실 지난 유월 말, 다시 플래너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몇번이고 잠실 교보문고 핫트랙 매장에 들러 속지를 둘러봤지만, 늘 그냥 돌아섰다. 그건 매년 속지를 샀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실패의 기억들" 때문이다.

오늘도 "실패의 기억들"은 집어든 속지를 다시 내려놓게 했다. 도서 매장을 한바퀴 휘 돌면서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

실패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실속 없는 일이다. 실패하면 교훈은 남지만 하지 않으면 남는 것도 없다.

결국 데일리 속지 2만 3천원, 위클리콤파스카드 6천원을 핫트랙 에누리 1,450원을 빼고 27,550원에 샀다.

S#4. 다시 플래너를 열다

내 플래너는 2001년에 구입한 것이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아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속지를 정리한다. 나는 여기저기 낙서며 메모를 많이 해 두는 편인데(정리가 안되서 문제지만...) 뒤쪽 프리노트 한귀퉁이에서 2001년에 메모한 내용을 발견했다.

"강자에게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나이가 들면서 이래저래 경험도 쌓였고 교훈도 얻었지만 스스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세상에 맞춰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플래너를 열며, 이번에는 나에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