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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라이프

고아 깡통 맥북 프로 입양기

DAY #1

고아가 된 깡통 맥북 프로를 입양했다.

이 녀석이 고아가 된 사연은 참으로 길고도 기구하지만,
어쨋든 나의 손에 맥북 프로가 들어왔다.

작년 하반기에 맥북을 구매하고자 150만원을 확보했던 나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200만원이 넘는 가격이 매겨진 신형 맥북의 몸값을 보고 좌절하고 말았다.

지난 설 연휴 전,
모 업체를 운영하는 선배님과 커피숍에서의 만남에서 말을 꺼냈다.

"맥북 하나 사려구요."

그때 선배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답하셨다.

"내가 하나 줄게."

헉, 감사하게도...
설 연휴가 끝나 나에게 노트북 가방을 
(화이트 맥북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웬걸, 맥북 프로다.)
건네주시던 선배님 말씀하시길,

"그런데 이거 윈도만 설치되어 있을거야. 전에 쓰던 녀석이 아무것도 안남겨두고 갔어.
맥 OS도 네가 구해서 설치해야 할거야."

뭐 아무렴 어떤가. 맥북을 사고자 150만원을 확보했던 터,
맥 OS, iWork, iLife 정도는 구매할 용의가 있다.

집으로 돌아와 맥북 프로를 켰으나 아무 반응이 없다.
?가 표시된 폴더 마크만 깜빡거릴 뿐이다.

검색을 해 보니 부트 디스크를 찾지 못해 나오는 증상이란다.
윈도라도 깔려 있길 바랬으나, 말 그대로 깡통이다.
어차피 저녁이니 내일 점심때 삼성역 "A모 샵"에 가서 맥 OS 하나 사서 설치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잠이 들었다.

DAY #2

점심시간, 식음을 전폐하고 삼성동 "A모 샵"에 갔다.
전시된 맥OS는 Family Pack 밖에 없다.
데스크에 가서 물어봤더니 현재 Single Pack 재고는 없단다.
언제 추가 입고 되느냐 물었더니
계획이 없단다.

일단 좌절.

정신을 추스르고 "A모 샵"을 운영하는 본사에 전화를 시도했다.
매우 친절하게 받아 주셔서 고맙긴 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맥OS 싱글 팩을 구하는 것!!
본사에도 재고가 없고, 다른 매장에 있는지 확인을 해서 연락을 해 주겠단다.

잠시후 연락을 받았는데, 현재 전 매장에 맥OS 싱글팩 재고가 아무 곳에도 없단다.
또한 언제 추가 입고될지 예정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한번 좌절.
아, 대한민국의 매킨토시 라이프는 이다지도 고달픈 것인가?

조금 간절한 목소리로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했더니
근처의 "P모 샵"에서 맥 제품을 취급하니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단, 자사의 샵이 아니니 재고 확인은 어렵다는 얘기와 함께.

아무튼 친절하고 성심성의껏 상담에 응해주신
"A모 샵" 본사 직원께 감사를 드린다.

"P모 샵"으로 발길을 돌린 나는
한귀퉁이의 맥 SW 전시대에서 뽀얗게 먼지 덮인 맥 OSX 싱글팩을 발견.
뭐 아무렴 어떠냐. 맥OSX 레오파드면 그만이다.

DAY #2-1

자리로 돌아와 설치 DVD를 넣고 맥북 프로를 켰다.
설치할 디스크를 못찾겠다는 황당한 시츄에이션!!

덕분에 디스크 유틸리티 사용법을 익히게 되었다.
(이럴땐 안된다고 짜증내지 말고 하나 더 익혔다고 생각하면 맘 편하다.)
디스크 유틸리티로 파티션을 변경하고 설치를 시도.
오~ 이제 된다.

한시간여 설치과정이 진행되더니
"설치 도중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 했단다. -_-;
여기 저기 검색해봤는데, 많은 맥 유저분들이 이런 얘기를 써 놓으셨다.

"설치 디스크가 이상하니 안되더군요. 전 다른 디스크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 디스크는 고생 끝에 얻어낸 디스크란 말이예욧.
주변에 맥 쓰는 사람도 생각나지 않고.

계속 검색 도중, 이런 답변을 발견했다.

"하드디스크에 오류가 있을 때 그런 적이 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다시 해 보세요."

또다시 디스크 유틸리티 학습을 통한 하드디스크 점검...
다시 설치하니 이제 문제 없이 설치된다.

에필로그...

이리하여 위지氏의 맥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맥케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내가 애용하는 물건에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꽤 된다.
윈도가 설치된 델 노트북=위니,
아이팟 터치=파디,
내 자동차=지요
등등이다.)

설치 후 잠시 컴맹이 된 듯(윈도 사용법과 단축키도, 조작법도 다르다) 막막했으나
조금씩 익숙해 지니 오히려 편하다.
또한 유닉스라는 게 마음에 든다.
단, 한글 키가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커맨드+스페이스를 눌러야 하는 한영 전환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윈도 개발 환경도 여기 설치해서 쓰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으나 그러지 않기로 한다.
가능하면 이 맥북 프로에는 윈도는 설치하지 않고 살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