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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이전의 기록/Creative

[시]그 겨울의 傳說 / 1996년 作

그 겨울의 傳說 / 1996년 作


그 도끼, 흉물이라 불렸어
그 숲에 나무하러 갈라 치면
어김없이 천근만근
아무도 그 도끼로 그 숲의
나무 베지 못했어
그 도끼, 광속에 처박혔지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그 도끼 자루,
그 숲에서 베어진 나무였다는게야
왜놈들 이땅 짓밟았을 때
순사 앞잡이 되어버린 돌쇠놈,
독립운동 앞장서던 제 애비
그 도끼로 쳐죽이고
전쟁났을 때 만득이놈,
빨갱이짓 한다고 제 동생 쳐죽였지
그렇게 피 머금어 그 도끼,
더욱 날 서고 단단해졌지만
그 숲으로 나무하러 갈라치면
천근만근 어김없이
아무도 그 숲의 나무
그 도끼로 베어내지 못했어
그 도끼, 흉물이라 불렸지
그렇게 많은 사람 쳐죽였음에도
그 숲 나무 베어내진 못했지
겨울 되어 그 숲에 삭풍불면
그 도끼, 붉은 선혈 뚝뚝 흘리고
바람소리 맞춰 슬피 흐느꼈다는게야
생각다 못한 도끼 주인
자루 뽑아 그 숲에 던져버렸는데
그 자루, 신령되어
그 숲 지켜주고 있다는게야
제 애비 에미
지켜주고 있다는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