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작판타지비스무레]바람의 통로 / 1996년 作 바람의 통로 / 1996년 作 달포째 상서롭지 않은 서풍이 이 마을을 서성거렸다. 바람은 마을 서편에 두텁게 가로막고 있는 숲 나무들의 잎사귀를 보듬고 들어와, 마치 오래전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나그네의 눈길처럼 마을의 구석구석을 두리번거렸다. 동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남북으로 바람도 넘기 버거울 법한 높은 산맥, 그 사이에 펼쳐진 이 마을에 있어, 서쪽에 버티고 선 숲은 견고한 성벽이기도 했지만 바깥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통로는 일년에 단 한 번, 서풍이 숲을 통해 불어오는 이맘때만 열린다고 이 마을의 사람들은 믿고 있었다. 바람이 두런거리며 숲을 가로질러 들어올 때, 나뭇가지들이 가리키는 반대 방향으로 따라가기만 하면 이 마을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