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닮아간다

[시]닮아간다는 것--완행열차 / 1996년 作 닮아간다는 것 --완행열차 / 1996년 作 문득 나의 말 속에서 나의 것이 아닌 말투를 발견하고 누구의 것이더라 생각하다가 석달 전 군에 간 친구를 떠올렸다. 늘 숫기 없는 얼굴 붉히던 그.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한 듯 연신 머리를 만지며 멋쩍은 웃음 흘리고 시큼한 깍두기 안주, 비어 가는 소주잔 속에는 서툴고 초라하지만 소중한 추억이 넘쳐흘렀다. 낮음 음계의 떨리는 목소리로 힘없이 슬픈 노래를 웅얼거렸지만 결코 뒷모습만은 보여주지 않았던 그, ...를 만나러 가는 열차. 귀에 선 이름의 간이역을 뜨는 완행열차의 굼뜬 움직임처럼 그렇게 모르는 사이..., 조금씩... 그렇게 닮아가고 있었나보다. 더보기
[시]닮아간다는 것 --반짝이는 것들 / 1996년 作 닮아간다는 것 --반짝이는 것들 / 1996년 作 모든 반짝이는 것들을 사랑하던 때가 있었어요. 비갠 뒤 생겨난 물 웅덩이, 보듬고 싶었지요, 장난스레 반짝이는 빛의 조잘거림을. 언제였던가 그들을 감싸 안으려 물에 들어갔어요. 아무 것도 건져내진 못했지만, 그제야 알았어요 소꿉친구의 눈에 더 맑게 반짝이는 빛이 있음을. 그때, 눈을 바로 보는 법을 배웠어요. 아빠 손 잡고 오르던 하늘 낮아보이는 언덕, 별들은 저마다 한 소절의 동화를 들려주며 반짝거렸지요. 품어보고 싶었어요 그들을, 그들의 노래를. 언제였던가 그들을 잡으려 아빠 어깨 위에서 하늘 향해 조막손 뻗어보았지요. 품지 못한 별은 하늘에 그대로 걸어둘 수밖에 없었지만 그제야 알았어요 아빠의 눈에 더 포근하게 감도는 빛이 있음을. 어둠 사이사이로 .. 더보기